[스포츠조선] 웃음치료, 웃음을 전파하는 사람들
2009-07-12 13:07   

　웃음은 최고의 치료약이다. 돈도 들지 않고 효과도 좋다. 본인뿐 아니라 주위도 행복하게 한다. 파급력도 엄청나다. 그래서일까. 행복한 삶, 즐거운 삶을 꿈꾸는 이들은 웃음을 배우고, 나아가 웃음치료에 나서고 있다. 웃음으로 치료를 하는 사람들과 웃음을 전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이상주 기자 sjlee@sportschosun.com>

　1. 병동은 웃음콘서트장

　"목과 가슴 사이를 '콕콕콕' 두드리세요." 1일 오후 3시.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병동. 웃음임상치료사인 김경자 수간호사의 제스처에 따라 15명의 화상 환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가벼운 율동이 곁들여진 신나는 제스처를 취하는 이들의 얼굴에서 고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처음엔 상처 부위가 부담스럽고 상대를 의식해 '호호호'의 작은 웃음으로 자제하던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으하하하'의 큰 웃음으로 박장대소를 한다.

　이 병원은 매주 수요일 한 시간씩 화상을 입은 사람을 위한 피부재활 웃음치료를 한다. 4주 프로그램인데 환자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 또 '의료진이 웃어야 환자도 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의사와 간호사, 직원들이 참여하는 '의료인 웃음시간'을 수시로 갖고 있다.
　서울대병원도 비슷하다. 서울대병원은 매주 화요일 가정의학과에서 암환자를 위한 웃음치료를 진행하는 데 항상 대성황이다. 퇴원한 환자들도 이날을 기다려 병원에 찾아올 정도다.
　서울대 이인옥 교수팀도 류마티스 환자를 대상으로 근강화를 위한 웃음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웃음치료는 전국의 대학병원을 비롯한 종합병원급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주로 웃음임상치료 교육을 받은 간호사들이 주인공들이다. 특히 전북대병원(박미경), 충남대병원(김귀남), 서울아산병원(김지선), 베스티안병원(오은영), 원자력병원(권신영), 서울시립아동병원(명수영), 대구의료원(서은정), 청주한국병원(신수정), 제주한국병원(김병효), 한국산재의료원(김옥자), 정읍노인전문병원(김명희) 등은 꾸준한 활동으로 환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병원뿐 아니라 보건소, 초중고 등에서도 웃음치료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김향숙(남해동천보건진료소), 이매숙(청량초등학교), 서혜영씨(상인천여중) 등이 널리 알려진 웃음치료 간호사들이다.

　2. 웃음은 신이 내린 축복

　오은영 간호사는 지난 4월 23일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에서 암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웃음특강을 했다. 그녀는 암환자의 면역력과 내부열을 높여줄 수 있는 기법과 불안감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음악을 중심으로 편안한 웃음을 함께 했다.
　특강 후 그녀는 병원 관계자로부터 "우리병원엔 암환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36가지인데, 그 중에서도 웃음요법이 1,2위를 다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이 인간에게만 내린 축복이라는 웃음은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강화시켜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된 효과는 심장강화, 스트레스 해소, 혈압조정, 혈액순환 개선 등이다.
　미국의 리버트 박사는 "웃음은 암을 일으키는 종양세포를 공격하는 '킬러 세포(killer cell)'를 많이 생성시킨다. 따라서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감기와 같은 감염질환은 물론 암과 성인병을 예방해 준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논문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데 웃음이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임선 간호사는 '웃음치료가 암 환자의 불안과 우울에 미치는 효과성 분석'에서 '웃음이 코티졸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면역활동에 연관된 NK세포는 증진시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줘 불안과 긴장 스트레스 등을 크게 낮춘다'고 밝혔다. 김영선씨(부산대)는 박사논문에서 노인에 대한 일회성 웃음요법과 스트레스를 분석했고, 포천중문의대 허 은씨는 웃음요법이 혈액투석환자의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이 됨을 확인했다. 양미선씨(전북대)는 웃음요법이 척추수술 환자의 통증완화에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연구했다.

　3. 인기직종 웃음치료사

　효과가 알려지면서 웃음을 찾는 이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어린이집, 시설단체, 학교, 교육장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웃음이 접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사를 양성하는 기관도 늘고 있다. 지난 2006년엔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에 유머웃음치료전공 석사과정이 개설되었다.
　민간자격증을 주는 웃음단체는 대학교 평생교육원을 포함하면 약 500개. 그동안 배출된 강사는 3만 여명으로 추산된다. 강사가 되려면 보통 1박2일 또는 2박3일 교육을 받는다. 웃음치료 이론과 실기, 레크리에이션 등이다.
　웃음을 전파하는 이들의 명칭도 다양하다. 웃음임상치료사를 비롯해 웃음치료사, 웃음강사, 웃음코디네이터, 유머코디네이터 등이다. 강사들은 대개 병원과 복지관, 노인시설 등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일부는 직업적으로 강의를 하는 데 시간당 최저 3만원에서 최고 200만원까지 유명세에 따라 강사료는 천차만별이다.

　4. 의료인을 위한 웃음임상치료

　웃음치료 강사는 크게 두 부류로 분화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웃음강사와 병원이나 복지센터 등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인 웃음강사다.
　이 중에 한국웃음임상치료센터는 유일하게 의료인을 대상으로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환자를 보살피는 의료인이 웃음치료사가 될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지난 2007년 9월에 발족됐다. 서울대 가정의학과 이임선 간호사를 중심으로 결성된 이 단체는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강사로 참여하면서 틀이 갖추어졌다.
　1급, 2급 과정을 교육중인데 지금까지 배출된 웃음임상치료사는 580여명이다. 환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만큼 자격증 취득 후 매달 보수교육과정을 철저하게 하고, 각종 워크숍과 병원내 학습조직을 통해 꾸준히 스터디를 하는 게 장점이다.
　서울대병원 함봉진(신경정신과), 강승완(가정의학과), 신민섭(소아정신과)교수와 노인의학을 전공한 임정남 광주보건소장, 상계백병원 김규남교수(가정의학과)의 강의는 인기가 특히 높다.
　이에 따라 간호대학에서 위탁교육을 의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구미 경운대와 영남이공대학 교수 및 간호학과 재학생들이 단체로 웃음치료 자격을 취득했고, 힐링스병원에서는 간호사 모집시 웃음임상치료 자격증 취득자를 따로 뽑기도 했다. 또한 각 간호대학, 대학병원등에 순회강의를 통해 간호사가 환자에게 적용할 웃음을 전파하고 있다.

< 이상주 기자 sjle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