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웃음임상치료센터

작성일 : 11-05-26 18:39

[레이디경향] 웃음이 병을 치료한다! 서울대병원 웃음치료

글쓴이 : 관리자

레이디경향 2009년 3월호
웃음이 병을 치료한다! 서울대병원 웃음치료교실

한바탕 비가 퍼붓고 지나간 오후, 하루 종일 흐렸던 하늘이 갤 줄 모른다. 어쩐지 조금은 우울해지는 겨울비가 내리던 금요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외래진료실 앞에서는 활기찬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옆에 앉은 이와 얼굴을 마주 보며 이를 드러내고 ‘하하하’, ‘깔깔깔’ 웃는 낯선 광경에 지나가던 이들이 도리어 어색해져 발걸음을 멈춘다. 웃음을 처방하는 웃음치료교실의 수업 시간이다.

의학적 연구 바탕으로 단계적 치료 과정 밟아 나가 궂은 날씨에도 복도에는 사람들이 꽉 찼다. 여기저기서 의자를 끌어당겨 자리를 만들어보지만 결국몇몇 사람들은 서서 들어야 한다.
“먼저 얼굴 근육부터 풀어보도록 하죠. 다 같이 눈썹을 올리면서 옆 사람에게 윙크를 해봅니다. 그리고 입 꼬리를 살짝 올려볼까요? 하나, 둘, 셋, 개구리 뒷다리~.”

100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자 건물에 꽉 차 있던 병원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가 옅어지는 느낌이다. 노래에 맞춰 웃는 연습을 하고 강연을 듣는 곳은 많지만, 이곳은 전문 의료인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웃음 치료를 하는 현장이다. 참여하는 수강생도 대부분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절망에 빠진 환자들의 단단한 마음을 녹이는 사람은 ‘국내 최초 웃음 치료 간호사’인 이임선 간호사다. 온몸으로 쾌활함을 발산하는 이 간호사는 현재 환자들을 상대로 웃음 치료를 하고 의료인들에게 웃음 임상 치료를 교육하는 한국웃음임상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 5월 유방암 센터 환자 8명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한 웃음임상치료교실에는 이제 한 해 5천 명이 넘는 환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한두 번 와서 놀다가는 것이 아니라 12주로 짜여진 프로그램에 맞춰 단계적으로 치료 과정을 밟는다. 날씨가 추워도, 집이 멀어도 절대로 빠지지 않고 열의를 보이는 수강생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치료의 효과와 만족도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환자들이 웃음을 찾는다는 것은 무척 큰 의미를 갖습니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나 오랜 치료로 인해 지친 마음을 회복시켜줄 수 있거든요. 부정적인 감정 속에 숨겨진 희망을 찾는 거예요. 여럿이 모여 웃으면서 마음을 편안히 놓아보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강의를 듣는 이들은 보통 암 진단을 받고 1년 정도 지난 환자이거나 수술 후 재발을 막고자 하는 생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사실 막 암 선고를 받았다거나 한창 치료 중인 경우에는 웃음을 생각할 조금의 여유조차 없을 뿐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가 힘들다.

“대부분 오랜 치료로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힌 분들이에요. 보호자들도 직접적인 고통은 없어도 환자 옆에서 오랫동안 간호를 하다 보면 지치고 우울한 상태에 빠지게 되고요. 그런데 ‘아파서,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는 말을 달고 다니던 환자들이 이제는 ‘그래도 살 것 같다’고 해요. 그리고 병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죠. 원래 환자들은 과거에 매달리는 성향을 보이는데 현재를 수용하고 미래를 생각하도록 인식을 바꾸는 것이 어렵고도 중요한 일입니다.”

최소 한 달 이상 꾸준히, ‘좋은 웃음’ 연습. 물론 웃음 치료가 암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체 기능을 극대화시키고 인지 행동 치료의 한 부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웃음 치료가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은 직접적 원인을 찾기 힘든 기능성 질환 쪽이다. 억지로라도 자주 웃게 되면 체온이 상승하고 호흡도 활발해지며 기능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나 우울함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신체적 상황에 맞도록 적용을 달리해야 하고, ‘좋은 웃음’을 웃어야 한다는 것이다.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중증 고혈압 환자, 천식이 심한 환자, 수술 후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복부에 고단위 인슐린을 맞는 환자, 탈장 환자 등에게는 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저나 강의를 진행하는 의료진이 의료복을 반드시 갖춰 입고 수업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웃음 치료는 사실 과격한 운동이거든요. 환자분들은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호흡 소리, 웃음소리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상태에 맞게 치료 내용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12주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치료를 진행하지만 그날의 날씨나 전체적인 분위기, 환자들의 컨디션을 파악해 웃음 처방을 내린다. 또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는 환자는 반드시 주치의와 수간호사의 진료를 받고 난 후 강의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무작정 웃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웃어지지 않는데 억지로 웃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보통 몸이 아프면 마음도 편하지 않잖아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웃는 문화가 발달한 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웃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처음 수업에 오면 1~2주 정도는 아예 웃지 못해요. 호흡도 짧고 웃음도 엉키죠. 최소 한 달 정도 지나야 조금씩 변해요.”

‘국내 최초 웃음 치료 간호사’인 이임선 간호사.
웃음임상치료교실에서는 ‘잘 웃을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계속적으로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호흡 기관의 근육을 단련하고 폐활량을 늘려 ‘크고 좋은’ 웃음을 웃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 또, 사소한 일부터 만족하고 즐거워하는 ‘발견’의 시간도 갖는다. 자신을 찾아가는 훈련을 통해 희망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누구에게나 효과적이면서 쉽게 할 수 있는 웃음법 하나 말씀드릴게요. ‘백설공주 웃음법’인데요. 거울을 보면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물으며 자신을 보고 입 꼬리를 올려보세요. 쑥스럽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깨닫는 것이 행복하게 웃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거랍니다.”

[신체적 웃음 치료 효과]

♥ 신체 모든 기관의 긴장을 완화시킨다.
♥ 웃으면 심장박동 수가 2배 정도 증가하고 폐나 몸 구석에 남아 있는 나쁜 공기를 신선한 산소로 바꾸는
속도가 빨라진다. 산소 공급량 또한 증가하므로 머리도 좋아진다.
♥ 소화를 담당하는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져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다.
♥ 긴장, 분노, 스트레스 등을 완화시켜 심장 마비를 예방한다.
♥ 혈액순환을 촉진해 질병 저항력을 키우고 면역 세포 호르몬 분비를 돕는다.
♥ 웃음은 혈액 속 아드레날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을 줄인다.
♥ 크게 웃을 때는 우리 몸 650여 개의 근육 중 최대 230개 근육이 움직이며 가슴과 어깨 등 상체 운동 효과도
있다.
♥ 요실금 예방에도 좋다.
♥ 암 치료에 도움을 준다. 암세포를 파괴하는 자연 살상세포 발생을 증가시키고, 환자의 통증을 경감시킨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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