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5-2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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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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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서울대병원 웃음치료실
2009-03-19
"결과 좋을거예요. 앗~싸."
지난 18일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엘리베이터. 한 간호사가 V제스처를 취하며 환한 얼굴로 말했다. 수심 가득했던 여성의 입가에 순간적으로 작은 미소가 번졌다. 1시간 뒤. 간호사실에는 짧은 메모와 함께 주스 한 박스가 놓여있었다."선생님. 감사해요. 모든 것이 정상이래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서울대학교 병원에선 매일, 매 순간 환희의 눈물과 고통의 눈물이 계속된다. 완쾌돼 문을 나서는 이가 있고, 그렇지 못한 안타까운 눈망울도 있다. 바쁜 의사, 아픈 이의 고통, 보호자의 슬픔이 겹쳐진 곳.
웃음이 새어나올 수 없는 곳 같지만 한 켠에선 아름다운 사랑이 만들어지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외래 진료가 끝난 외래대기실에는 1백여명이 '까르르'의 순수한 발산부터 '하하하'의 박장대소까지 웃음의 대향연을 펼친다. 참가자는 암을 앓거나 우울증에 빠진 사람이다.
하지만 이 시간에는 환자도 없고, 의사도 없다. 그저 즐겁기 위해, 즐거워서 웃는 사람 뿐이다. 전문의료진과 환자들이 참여한 웃음치료교실이다. 그 중심엔 이임선 간호사(44)가 있다. 국내최초 웃음치료간호사인 그녀는 지난 2004년부터 긍정과 희망을 전파하고 있다.
그녀는 '웃고 시작합시다'라는 슬로건 아래 서울대학교 병원 가정의학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웃음치료 강의를 시작했다. 의사나 간호사의 밝은 표정이 환자에게 최고의 선물이자 치료기술임을 생각했다. 유방암 환자 쉼터에서 봉사를 하던 그녀는 2005년엔 아예 환자들을 상대로 웃음치료교실을 열었다. 2007년엔 일반외과병동에서 암환자를 대상으로 희망을 이야기했고, 2008년엔 웃음치료간호연구회를 발족했다. 여기에서 펭귄 웃음, 비비기 웃음, 심부열을 높이는 사자웃음, 떨기웃음 등 치료 효과에 재미를 겸한 여러 웃음을 만들어냈다.
웃음의 효과는 환자들이 몸으로 느낀다. 췌장암을 앓은 한 사람은 "통증이 감소된다"고 말했고, 교장으로 퇴직한 남성은 "파김치가 된 상황에서도 웃고 나면 식사를 할 수 있다"고 기뻐했다. 심한 우울증에 빠진 중년 남성은 "정말로 몇 년 만에 웃는지 모르겠다"고 감격스러워했고, 중증유방암 말기로 2년 동안 웃음을 짓지 않던 여성도 많은 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열기도 했다.
웃음은 사랑을 불렀다. 그녀로부터 교육을 받은 서울대 의대 출신의 군의관이 병영에서 웃음치료를 시작했고, 이를 본 간호장교들이 서울대병원을 찾아 웃음치료 기법을 배우고 있다.
또 수많은 환자출신 웃음 전도사들이 어려운 사람들의 자조모임에 나가 웃음치료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보건소에서는 학교폭력방지를 위해 보건교사와 마을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웃음 강사들이 자살방지 특공대를 설립해 기가 죽은 사람들의 도우미로 나섰다.
이임선 간호사는 "웃음은 면역력을 키울뿐 아니라, 좋은 웃음은 긍정과 밝음으로 나타난다. 웃음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언어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즉 '죽겠어요','힘들어요','나만 왜' 등의 부정어에서 '살만해요', '좋아졌어요', '저렇게 힘든 사람도 있는데' 등의 긍정어 비율이 확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녀는 웃음이 부정적 감정을 없애주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묘약이 분명하지만 처방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중우울증,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투여자, 심한 고혈압, 심장, 폐질환자 등은 웃음치료전에 의사의 지시가 필요하다. 그래서 웃음치료교실에 의료진들이 가운을 입고 동참한다.
그녀는 웃음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시간을 쪼개 달려간다. 에이즈환자 모임 등 여러 단체에서 웃음의 시간을 가졌고, 며칠 후에는 분노지수가 높은 태안의 주민들도 찾아가 화를 푸는 방법을 같이 나눈다.
웃음치료의 사회적 역할이 증대됨에 따라 조비룡, 박상민 교수 등 서울대 가정의학과 의료진은 그녀의 강력한 후원자가 되었다. 가정의학과 수련의와 간호사 등 200여명을 상대로 웃음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이고 환자와 간병인, 가족 등을 포함한 적극적인 웃음치료 활성화를 구체적인 방법들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서울대학교병원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웃음꽃이 온 세상에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 "돈이 들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웃음이잖요. 사랑을 나눌 수 있고, 사랑을 줄 수 있고,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웃음. 세상의 모든 이들이 함께 하면 좋겠어요."
< 연예사회팀ㆍsjle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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